윤 대통령 "한·일 국익 제로섬 아니다"…기시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입력 2023-03-16 23:51   수정 2023-03-17 01:58


“한국의 국익은 일본의 국익과 ‘제로섬(zero-sum)’ 관계가 아니고 ‘윈윈(win-win)’할 수 있는 국익입니다.”(윤석열 대통령)

“도쿄에 벚꽃이 개화한 이 시기에 미래를 위해 일·한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 기회가 찾아와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16일 일본 도쿄 총리공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의 의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회담은 외교장관 등 소수 인원만 배석하는 소인수 회담(25분)에 이어 경제부처 장관 등이 함께하는 확대회담(60분) 등 1시간25분간 진행됐다.

두 정상은 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2018년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 이후 악화일로를 보인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오늘 회담에서 저와 기시다 총리는 그간 얼어붙은 양국 관계로 인해 양국 국민들께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어왔다는 데 공감했다”며 “한·일 관계를 조속히 회복·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앞서 한국 정부가 발표한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징용 배상 해법에 대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었던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으로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1998년 12월 발표한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양국 국민이 가장 방문하고 싶어 하는 나라로 각기 상대국을 1순위로 꼽고 있다는 점을 들어 관계 정상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양국 국민 간 교류가 활성화되고 또 문화, 예술, 학술 교류가 더욱 왕성해진다면 양국이 함께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대단히 크다”며 “그것이 국익이고 우리 국익은 일본의 국익, 공동이익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했다.

두 정상은 서로의 나라를 정기적으로 오가는 ‘셔틀외교’도 12년 만에 재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과의 셔틀외교 재개 합의는 그야말로 ‘제1탄’”이라며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방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한 시점은 오는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인 6~8월이 유력하다.

양국은 윤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강제징용과 수출규제, 안보협력 등 지난 5년간 지속된 갈등 현안을 마무리 짓고 미래 지향적 관계 구축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하지만 강제징용 피해 배상과 관련한 재단 및 기금에 일본 피고기업의 참여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간 과거사 갈등이 완전히 매듭지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향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이날 회담에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논의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늘 논의는 미래 지향적으로 한·일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부분 집중됐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직접 사과가 없었다는 지적에 “역대 일본 정부가 일왕과 총리를 포함해 50여 차례 사과한 바 있다”며 “역대 역사 인식에 관한 담화를 계승한다고 한 그 속에 사과의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방일 이틀째인 17일엔 한일의원연맹과 한일협력위원회 소속 정·관계 인사들을 만난 뒤 양국 경제계가 여는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다. 이어 게이오대에서 일본 대학생 및 한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강연한 뒤 귀국길에 오른다.

도쿄=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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